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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시는 글

‘새가 죽을 때가 되면 그 울음이 슬프다.’ 논어에 나오는 증자님의 말씀입니다.

애잔한 우리들 노년의 자화상을 만나러 종묘공원에 갔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 눌러 앉아 길거리 사진관을 차리고 지난 2014년부터

2년에 걸쳐 어르신들의 영정 사진을 찍어 드렸습니다.

 

여기 그 천의 얼굴이 있습니다.

얼굴 하나하나가 모두 풍경이지요.

고단한 우리네 인생길은 나이 듦과 더불어 앙금처럼 얼굴에 깊은 주름을

새기고, 더불어 미묘한 감정과 섬세한 표정들이 만들어 내는 개성적 인상은

얼굴을 한 폭의 풍경으로 담아냅니다.

천의 얼굴이 누설하는 인생의 풍경은 다채롭습니다.

당신의 눈에 비친 얼굴 풍경은 어떠한가요?

만약 이 전시를 보시고 우리 시대의 상처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면,

그것은 상혼을 치유하기에 앞서 같이 공감하고

함께 아파하기 위해서일 것입니다.

 

사진의 본질이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환기하는데 있다면, 여기에 모신

한장 한장의 영정사진은 이분들에게 Memento mori  

즉 “나의 죽음을 기억해 다오”에 다름 아닙니다.다시 말해서 그것은

누군가의 기억 속에 존재할 수 있다면 죽어서도 존재의 의미는 계속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릴없이 도심에 밀려든 유랑민, 누가 그들을 기억해 주나요?

바로 여러분입니다.

 

여러분의 기억 속에 그들이 오래도록 살아남아 있기를!

          niceka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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